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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진 죽창가

조회 수 639 추천 수 0 2017.08.30 20:20:42

이상호-민중항쟁시리즈 죽창가

 

김하진

 

그림은 죽창을 깎는 사람이 그려진 흑백의 목판화이다. 그림의 중앙에는 겨드랑이에 대나무를 낀 채 오른손에 쥔 낫으로 대나무의 끝을 깎아 죽창을 만드는 사람이 그려져 있고, 그림의 좌상단에는 “다시 한 번 이 고을은 반란이 되자 하네, 청송녹죽 가슴에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 그림의 묘사는 매우 남성적이고 강렬하다. 굵고 빳빳한 선에, 남자의 얼굴 또한 한껏 찡그린 것 처럼 주름의 묘사가 과격하다. 하지만 동시에 이 그림의 묘사는 정교하기도 하다. 대나무, 얼굴, 손, 팔, 다리 등 모든 사물의 명암이 조밀하게 묘사되어, 극한까지 명암이 강조된다. 나는 바로 이 점이 이 그림의 매력이라고 생각된다. 

한 편의 ‘노래’로 돌아가서, 이 작품은 무정한 세상에 저항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순한 저항이 아닌, 목숨을 건 저항 말이다. 죽창을 들고 덤비다니 상대는 총을 들고 있는데. 총 앞에 대나무를 치켜들고 돌격하는 것은 당연히 좋은 생각은 아닐 것이다. 시 속의 화자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는 왜 대나무를 깎는가? 왜 죽으러 가는가? 6월 항쟁 속의 모든 시민들도 이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그림을 만든 이상호 선생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모가지가 날아갈 상황이 코앞을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총을 향해 돌을 던지고 죽창을 박아넣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아마 이상호 선생이 이 작품에 표현하고자 한 것은 죽으러 가자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정신이었을 것이다. 총에 굴복하면 안된다고. 총이 아무리 죽창 보다 강하더라도, 죽창을 쥔 손의 뜨거움에는 이길 수 없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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